베네치아는 본섬도 아름답지만, 주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섬들도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알록달록한 건물로 유명한 부라노 섬, 유리공예의 중심 무라노 섬, 고요한 분위기의 토르첼로까지. 이 글에서는 베네치아 여행 중 하루를 투자해 꼭 가볼 만한 섬 세 곳을 소개하고, 이동 방법과 꿀팁까지 함께 안내합니다.
부라노(Burano) – 색감 천국, 감성의 끝
부라노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약 40~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그 감성만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운하를 따라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마을’이라 불리기도 하며, 인스타그램 속 감성 여행지로도 자주 소개됩니다. 마치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이 마을의 색감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실용성과 전통을 지닌 것입니다. 과거 어부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자신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선명한 색을 칠한 것이 유래이며, 현재는 시의 승인을 받아야만 집 외벽 색을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색감 유지가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부라노에 들어서는 순간,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됩니다.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작은 다리, 운하에 떠 있는 나룻배, 벽에 걸린 꽃 화분, 감성적인 메뉴판이 놓인 카페 테라스—모든 풍경이 완벽한 액자처럼 보입니다. 특히 이 섬은 자연광이 좋기로 유명해 사진이 무척 잘 나오며, 시간대에 따라 바뀌는 건물 색감의 분위기도 여행의 재미를 더합니다. 부라노의 또 다른 전통은 바로 수공예 레이스입니다.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레이스 제작은 이 마을 여성들의 손끝에서 전해 내려오는 예술로, ‘부라노 레이스 박물관(Museo del Merletto)’에서는 실제 레이스 장인들의 작업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레이스를 활용한 테이블보, 의류, 소품 등을 판매하는 작은 공방과 가게들이 있어 감성 있는 기념품을 찾는 이들에게 제격입니다. 식도락 여행자들에게도 부라노는 만족스러운 여행지입니다. 섬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현지식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대표 메뉴로는 해산물 리조또(Risotto di mare), 오징어 먹물 파스타(Spaghetti al nero di seppia)가 유명합니다. 운하 옆 테라스에서 바람을 맞으며 와인 한 잔과 함께 이 요리들을 즐기면, 부라노에서의 하루가 더욱 특별하게 완성됩니다. 특히 오전 이른 시간대에 방문하면 관광객이 적어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섬을 둘러보는 데는 2~3시간이면 충분해 반일 일정으로 이상적입니다. 감성적인 풍경과 소박한 전통이 공존하는 부라노는, 베네치아 여행에 깊이를 더해줄 최고의 감성 섬입니다.
무라노(Murano) – 유리의 예술, 공방 투어의 재미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섬 중 하나인 무라노(Murano)는 ‘유리의 도시’라 불릴 만큼 베네치아 유리 공예의 중심지로 명성이 높습니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이 섬의 유리 제작 전통은 13세기에 본섬에서 이곳으로 유리 장인들을 이주시킨 이후로 더욱 깊이 뿌리내렸으며, 지금도 그 맥이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라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섬 곳곳에 자리한 유리 공방들입니다. 작은 골목 안에 자리한 전통 공방들에서는 유리를 녹이고, 불어내고, 다듬는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예술의 탄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장인의 손끝에서 순간순간 형태가 바뀌며 태어나는 꽃병, 동물 피규어, 보석류를 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줍니다. 대부분의 공방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일부 공방에서는 예약을 통해 소규모 유리 체험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무라노에는 유리 공방 외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무라노 유리 박물관(Museo del Vetro)입니다. 이곳은 고대 로마 시대 유리부터 현대 예술 유리 작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며, 유리에 얽힌 기술과 예술, 역사적 맥락까지 폭넓게 소개합니다. 특히 세공이 정교한 골드 인레이 유리나 색채 유리 기술은 이 섬의 유리 예술이 단순한 공예를 넘어 ‘문화 유산’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쇼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무라노는 또 하나의 천국입니다. 정교하게 만든 유리 귀걸이, 목걸이, 인형, 조명, 시계 등은 베네치아 유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품목들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품질이 높습니다. 섬 내 상점 대부분은 자체 공방과 연계되어 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진짜 ‘Made in Murano’ 작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무라노는 부라노와 달리 규모가 좀 더 크고 도시적인 느낌을 갖고 있지만, 운하와 다리, 오래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정취는 여전히 베네치아 특유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섬을 도보로 돌아보는 데는 약 2~3시간이 적당하며, 베네치아 본섬에서 수상버스로 약 15분 거리라 짧은 일정에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예술과 장인의 손길을 가까이서 느끼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체험하는 여행’을 원한다면 무라노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입니다.
토르첼로(Torcello) – 조용한 고대의 향기
토르첼로(Torcello)는 베네치아 제도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섬으로, 화려한 베네치아 본섬이나 감각적인 부라노와는 전혀 다른, 고요하고 깊은 분위기를 가진 장소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적어 자연과 건축, 전설과 감성이 조용히 공존하는 이 섬은 베네치아의 ‘원형’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가치를 지닙니다. 토르첼로의 핵심은 7세기경에 지어진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Assunta)입니다. 외관은 매우 소박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가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특히 11세기에 만들어진 ‘최후의 심판’ 벽화는 금빛 배경 위에 고대 종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며, 섬 전체에 퍼진 정적과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지만, 그만큼 고요함과 경건함을 유지하고 있어 사색에 잠기기 좋습니다. 대성당 옆에는 작은 박물관과 종탑이 있으며, 이 종탑에 오르면 탁 트인 라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갈대와 물결, 멀리 부라노의 형형색색 지붕들이 조용히 풍경 속에 어우러집니다. 이 장면은 흔한 관광지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평화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또한, 토르첼로에는 ‘악마의 다리(Ponte del Diavolo)’라는 전설이 담긴 다리도 있습니다. 난간 없이 아치형으로 이어진 이 다리는 과거 사람과 악마의 약속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합니다. 주변에는 문호 헤밍웨이가 집필을 위해 머물렀던 로칸다 치폴라 호텔도 있어, 문학과 여행이 만나는 로맨틱한 향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섬은 매우 작아 천천히 걸어도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부라노에서 수상버스로 약 10분 거리라 부라노와 연계해 당일치기 일정으로 여행하기에도 알맞습니다. 다만, 느긋하게 머무르며 조용한 감성에 젖고 싶은 이들에게는 반나절 이상을 추천드립니다. 화려함보다는 정적, 붐빔보다는 여백의 미를 즐기는 이들에게 토르첼로는 단연 최고의 감성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결론: 베네치아를 넘어, 섬에서 완성되는 진짜 여행
베네치아는 본섬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풍경과 감성을 주변 섬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알록달록한 부라노의 골목, 예술의 숨결이 깃든 무라노, 역사와 고요가 흐르는 토르첼로. 이 세 곳은 베네치아의 확장된 세계이며,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짜 유럽 여행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번 베네치아 여행에서는 꼭 하루를 투자해 섬 여행을 더해보세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