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여행하면서 하루쯤은 도시를 벗어나 여유롭고 깊이 있는 유럽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런던 근교의 역사 도시들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바스(Bath), 솔즈베리(Salisbury), 윈저(Windsor)는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하루 일정 또는 1박 2일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영국의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바스는 고대 로마의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이며, 솔즈베리는 중세 대성당과 고딕 건축이 인상적인 고풍스러운 도시입니다. 그리고 윈저는 지금도 영국 왕실이 거주하는 살아 있는 궁전과 마을 분위기를 모두 갖춘 왕실의 도시입니다. 세 도시 모두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고, 각각 뚜렷한 개성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줍니다.
바스(Bath) – 로마의 유산이 살아있는 클래식 도시
영국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 바스(Bath)는 그 이름 그대로 로마시대의 ‘목욕 문화’에서 유래된 도시로, 지금도 고대와 근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입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와 건축미가 뛰어나며, 로마 유적과 조지안 양식의 건물들이 나란히 존재하는 독특한 풍경은 영국 내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특히 바스는 도시 전체가 단정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클래식한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로 꼽힙니다.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는 단연 로만 바스(Roman Baths)입니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이 실제로 이용했던 공중 목욕탕 유적으로, 온천수를 이용한 이 유적지는 지금도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내부를 둘러보면 고대 로마의 기술력, 생활 방식, 건축 감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으며, 따뜻한 증기가 피어오르는 녹색빛 온천수는 그 자체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입장 시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당시의 목욕 문화와 도시의 역사까지 함께 접할 수 있어,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체험형 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바스 대성당(Bath Abbey)은 로만 바스 바로 옆에 위치한 고딕 양식의 장엄한 교회로, 높은 아치형 천장과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입니다. 성당 내부에 울려 퍼지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도시의 품격을 더욱 고조시켜 줍니다. 또한,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는 반달형으로 늘어선 조지안 양식의 주택들로 이루어진 곳으로, 바스의 대표적인 건축 아이콘입니다. 이곳은 자연과 건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잔디밭에 앉아 사진을 찍거나 산책을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문학 애호가라면 제인 오스틴 센터(Jane Austen Centr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이 도시에서 살았던 흔적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으며, 그녀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이나 『노생거 사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바스는 전반적으로 상점, 거리, 거리 공연 등 모든 요소가 조용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며,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2~3일 정도 머물며 천천히 걷고, 카페에 들러 여유를 즐기는 여행을 추천드립니다.
솔즈베리(Salisbury) – 중세의 영혼이 깃든 대성당의 도시
솔즈베리(Salisbury)는 영국 남부 윌트셔 주에 위치한 고즈넉한 도시로, 고딕 양식의 대성당과 중세의 정취가 깊게 배어 있는 곳입니다.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며, 도시 전체가 크지 않아 도보로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소도시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곳에서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간 여행’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솔즈베리의 중심이자 가장 유명한 명소는 솔즈베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입니다. 13세기 중엽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이 성당은 영국에서 가장 높은 첨탑(123m)을 자랑하며, 내부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작동 시계와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의 원본 중 하나가 보존되어 있어, 건축미와 역사적 가치 모두를 겸비한 유산입니다. 대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섬세하게 조각된 기둥들과 채광이 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성가대석에서 울려 퍼지는 고요한 음악이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야말로 영국 중세 종교 건축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심은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지녔으며, 중세풍의 좁은 골목길과 벽돌 건물이 어우러진 거리에서는 영국 소도시 특유의 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페, 로컬 상점, 서점 등이 모여 있는 중심 광장을 중심으로 하루 종일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성당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는 도시입니다. 여행자에게는 관광지 리스트를 쫓는 것보다 그저 도시 자체의 리듬을 느끼며 머무는 것이 더 어울리는 곳입니다.
솔즈베리 여행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인근에 위치한 스톤헨지(Stonehenge)입니다. 세계적인 고대 유적지로 손꼽히는 스톤헨지는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 원형으로 배치된 신비로운 장소로, 약 5,000년 전 선사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솔즈베리 역에서 버스 또는 차량으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해가 질 무렵에 방문하면 압도적인 자연과 유적의 조화가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미스터리와 전설이 가득한 이 장소는 여행의 여운을 길게 남겨줄 것입니다.
솔즈베리는 하루 또는 1박 2일 여행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정을 짤 수 있으며, 번화하지 않아 조용한 여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선택이 됩니다. 스톤헨지와 함께 경험하면 역사적 깊이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완벽한 조합의 도시입니다.
윈저(Windsor) – 살아있는 왕실의 흔적이 있는 도시
마지막으로 윈저는 영국 왕실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입니다. 윈저 성(Windsor Castle)은 11세기부터 현재까지 왕실이 실제로 사용하는 궁전 중 하나로, 방문객도 내부 일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세인트 조지 예배당은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도 유명하며, 왕실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는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도시 자체는 런던보다 훨씬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성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상점들과 찻집이 즐비해 있습니다. 또한 윈저 성 바로 옆에는 테임즈 강이 흐르고, 이 강을 따라 걷거나 유람선을 타는 활동도 가능해 관광 외에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윈저는 특히 왕실 문화에 관심 있는 분이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 세 도시는 각기 다른 시대와 테마를 지니고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유적과 티룸 문화가 궁금하다면 바스를, 중세 대성당과 스톤헨지 같은 고대 유적을 보고 싶다면 솔즈베리를, 왕실과 성, 테임즈 강변 산책을 원한다면 윈저를 선택하세요. 물론 시간이 된다면 세 도시를 모두 연결해 2~3일간의 근교 도시 투어를 완성해도 좋습니다. 런던 중심의 여행에 깊이를 더해 줄 이 도시들은, 여행자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